죽은 적도 없고 태어난 적도 없는

장서윤(얼터사이트계선 전시·홍보팀장)

환생이란 무엇일까 깊이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다. 흔히 이번 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하면 그 복이 쌓여 다음 생에는 더 좋은 곳에 더 좋은 모습으로 태어난다고는 하지만, 꼭 한 번 죽었다 다시 태어나서 완전히 다른 몸을 갖게 되는 것만이 환생은 아닐 것 같았다. 10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완전히 다른 마음으로 살고 있다면 그 또한 새로 태어난 것이라고 생각했다. 야생에서 죽은 동물이 나무 밑에 묻히고 그 나무가 자라 열매를 많이 맺는다면, 그 열매들은 전부 동물이 환생한 모습으로 보아도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8년 첫 전시를 함께 했던 FORI 작가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당시 작가노트에서 다시 태어난다는 개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 존재가 특정한 성질을 띠는 것은 결국 제한된 시간 안에서의 개념이다. 다양한 물질들이 뭉쳐져 만들어진 존재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또 다른 존재로 재탄생 하는 것이다.”

작가의 이런 생각은 지수화풍의 이합집산(離合集散, 헤어졌다가 만나고 모였다가 흩어짐) 원리와 일맥상통한다. 사람의 육체가 죽었을 때 굳고 단단한 것들은 흙으로, 묽은 것은 물로, 활동하던 기운은 바람으로 그리고 몸의 더운 기운은 불로 돌아간다. 죽음이란 내 몸을 구성하던 이 네 가지 요소가 인연이 다 해 흩어지는 것으로, 모든 현상은 한시도 고정됨이 없이 변하여 돌아가는 것이 곧 생멸의 법이니 결코 슬퍼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질의 성질은 결코 홀로 일어나지 않고 무리 지어 완성된다. 이것은 생물과 무생물 모두에게 해당되는 이야기이다. 인간의 필요에 따라 만들어져 각자 도생하다가 사용 목적을 다 해 폐기처분 된 폐기계와 쓰레기들이 작가에 의해 전부 분해되고 선택적으로 수용되어 하나의 로봇으로 다시 태어난 것처럼. 그리고 하나의 폐기계가 여러 요소로 분해되어 다른 물질들과 만나 여러 개의 새로운 몸을 얻은 것처럼.

얼마 전부터 작가는 다른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작품의 재료들은 버려진 그 시점에도 자신의 눈에는 여전히 살아 있었다고. 그저 모습이 조금 달라지는 과정에 자신이 있었을 뿐이라고.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하더라도 과거의 모습을 전부 잃어버린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고. 그래서 작가는 더 이상 작품을 화사한 색으로 덮으려고 애쓰지 않는다. 죽은 적도 태어난 적도 없이 늘 존재해 온 것들이기에, 상처들을 그대로 떠안고도 그들은 얼마든지 작품이 되어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 [Happy Re;Construction Day]에서는 그런 로봇들이 자신들의 터전을 재건축하는 현장을 보여주고자 한다. 새해를 맞아 여러 변화를 계획하고 기대하는 지금, 로봇 형태의 작품이 된 그들이 자신 뿐 아니라 자신들이 살아가는 곳 또한 변화시키고자 하는 모습을 보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나의 경우는 2023년에는 더 좋은 곳으로 갈 것이 아니라 내가 현재 있는 곳을 더 좋은 자리로 만들고 싶어졌다. 기약 없는 해외출장은 잠시 제쳐두고, ASK를 조금 더 재미있는 공간으로 꾸려가는 데 집중해야겠다.

작가노트

나는 쓰레기와 폐가전을 로봇의 형태로 만드는 작업을 해왔다. 버려진 물건들이 내 손에 의해 작품으로 새롭게 태어나 행복하게 살아간다는 주제에 집중했고, 작품의 재료가 쓰레기였다는 걸 최대한 알 수 없도록 화사한 색으로 덮고 깨끗하게 마감하곤 했다. 그렇게 로봇이 완성되고 작품으로서 갤러리에 전시되는 순간이 그들이 재탄생하는 순간과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시점부터 같은 물건이라도 누가 어떤 상황에서 어떤 생각으로 바라보는지에 따라 쓰레기인지 아닌지 구별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었다.

누군가 신상 DSLR을 구매해 놓고 폐기물 스티커를 붙여 내놓으면 그것은 아무리 깨끗하고 잘 작동되더라도 쓰레기가 된다. 반면 수십 년이 지나 세월의 흔적이 묻은 필름카메라도 주인이 잘 사용하고 있다면 그것은 여전히 카메라이다. 나는 사람들이 쓸모 없어졌다며 버린 물건들을 작업실로 가져온다. 누군가는 쓰레기로 보고 내놓은 물건이 내 눈에는 작품의 재료인 것이다.이 사실을 인지하고부터 나는 로봇을 만들 때 그들의 이전 모습을 감추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생각의 변화를 반영하여 재건축 공사현장에서 분주한 로봇들의 모습을 표현하고자 했다. 쓰레기와 폐가전들은 내 손을 거쳐 완전히 새로운 존재가 되는 것이 아니라, 작품이 되기 이전의 자기 모습 또한 간직한 채 계속 살아가는 것이다. 몇 번을 다시 태어났다 해도, 조금 낡은 모습이라도, 온 몸이 상처투성이라도 얼마든지 새로 태어난 마음으로 행복할 수 있다. 그리고 행복의 결과가 아닌 과정 중에 있더라도 그 자체로 이미 의미를 가진다.오염되고 상처투성이인 것이 쓰레기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기 위한 것이라면 날 것 그대로의 모습으로도 충분하다.

작가약력

FORI (b.1984~)

@fori_art

2018~2022수퍼빈브랜딩실 이사
2015~2019서울예술대학교 시각디자인전공 외래교수
2012~2014삼성전자 무선사업부 디자인팀 디자이너

학력

2012중앙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개인전

2023Happy Re;Construction Day, 얼터사이트계선, 서울
2022RE-HI, 갤러리포인트, 서울
2018Happy Re;Birth Day, 신한갤러리광화문, 서울
2016Second Life, 유로디자인센터, 서울
2015Break out,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 서울
2014Roti Project,갤러리포인트, 부산

주요 그룹전

2022Greenery Dream, 신세계갤러리, 대구
케이옥션 프리미엄 경매 및 프리뷰 전시, 서울
2021Upcycle, 현대백화점 킨텍스점, 일산
ZERO BASE v8, 서울옥션 강남센터, 서울
We Do Green Art, SEDEX SK하이닉스, 코엑스, 서울
2019This is NOT a TOY, 광주신세계갤러리, 광주
업사이클 모델하우스 展,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광명
쓰레기 미술관, JDC, 제주
2017KITSCHS -슴가展, 진화랑, 서울
2016업사이클 로봇展 :트랜스포머,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광명
PUPP ART, 스페이스칸, 서울
자소전, KCDF갤러리, 서울
새해맞이 예술인전, 한전갤러리, 서울
20150&10, 토이리퍼블릭, 서울
기리다 그리다 새기다, 윤디자인연구소 갤러리뚱, 서울
하얀 겨울을 날아서, AK갤러리, 수원
2014YOU’VE GOT A MESSAGE展, 고양아람누리 갤러리누리, 일산
ABSTRACT FLOW, Space Womb Gallery, 뉴욕
Spring Art Market, Space Womb Gallery, 뉴욕
2013삼성디자인멤버십 20주년 기념전시회, 송은아트스페이스, 서울
2012제20회 홍대앞거리미술전, 오픈갤러리, 서울
2011나만의 크리스마스展, 북촌미술관(주관: 마이아트예술기획연구소), 서울

아트콜라보

20222022 서울새활용주간 : 아름다운 제로 웨이스트, 코스맥스 서울새활용플라자, 서울
2017MCM 쿤스트 프로젝트(Kunst Project) #9, MCM홍대점, 서울
2016Art of life, 커먼그라운드 토이리퍼블릭(KOLON 콜라보레이션), 서울 外 다수

아트페어

2020Korean Upcycle Design Week, Incinque Open Art Monti, 로마
2019Designers’ Open-Korean Upcycle Art & Design Frontier, Kongress Halle am Zoo, 라이프치히
2017Echt Alt, GER Kunstkraftwerk Leipzig, 라이프치히
2016AHAF SEOUL 2016, 콘래드호텔, 서울
2015World Art Dubai 2015, 두바이 월드트레이드센터, 두바이
2014SELECT FAIR MIAMI 2014, 마이애미
2011Design& Art Fair 2011, 예술의전당, 서울 外 다수

수상경력 外

2016Art-236(동상)
20156thEpicase Art & Illustration Competition 2015(대상)
2014제13회 서울디자인페스티벌 신예디자이너
2011Design & Art Fair 2011, 디자인정글 신진아티스트 1기 2010-2012    삼성디자인멤버십 17기

Never died and never born

Chang, Seoyoon(Alter Sight Kesson, ART·PR Team Manager)

I once pondered reincarnation. They say your good deeds in this life will stack up and lead you to a better next life. But I don’t think you must die and be reborn with a different body to reincarnate. It is also reborn if I live a different life with a different mindset than ten years ago. When animals die in the wild and are buried under a tree, and the tree grows up to yield many fruits, it could be another form of reincarnation of that animal. FORI and I had the first exhibition together in 2018, and we shared the same thoughts about reincarnation. Back then, he explained, in his Artist note, the reborn as: “Certain traits of a being are a concept for a limited timeframe. A being is made of various materials and transmigrates to a different being when the limited time is up.”

FORI’s thoughts are in line with the meeting and parting of the four elements (cattāro mahābhūtāni). When a person dies, solid material returns to earth, the liquid returns to the water, the active qi returns to the air, and the warm qi returns to fire. Death means the parting of these four elements, which formed our bodies after the end of their time. The principle of life and death is to flow, change and return without pause, so some say death is not something to mourn about. The traits of materials run in a pack and are never alone. This is true for all living things and nonliving things. Even machines and trashes made to fulfill people’s needs are wasted after a certain period to be dismantled and selectively reused to be reborn like a robot. Even destroyed machines are dismantled and transmigrated to form a different body with other materials.

FORI began to have another idea. He began to think that the wasted materials from his art pieces were still alive. He thinks the materials are just in the progress of transformation. Even though the materials become a new piece, their past does not entirely disappear. He stopped covering his works with radiant colors. The materials never died and were never born; there were there the entire time. They may have scratches and marks, but they remain art pieces. This exhibition [Happy Re;Construction Day] displays the reconstruction site of these robots. We plan and expect changes at this time of the new year, and how would we feel if we saw the robots actively engaging in changing themselves and their ground. In 2023, I want to improve my current ground rather than move to a new, better place. I will stop thinking of the unplanned overseas business trip and focus on making ASK more delightful.

Artist Statement

I worked on making robots out of wasted home appliances. I was so into the theme of giving a happy, new life to these wasted materials by my hands, and I would cover the materials with radiant colors as a finishing touch, so no one could tell that it once was a waste. I thought these wasted materials were entirely reborn once they became robots and were displayed in a gallery. I began to believe that the standpoint of people looking at the materials determines whether it is a waste, and not me.

If someone throws away a brand-new DSLR camera with a waste sticker, it becomes a waste regardless of its condition. On the other hand, if an owner of an old film camera with traces of time still thoroughly enjoys the function, then it is a camera. I collect waste materials to bring them to my workplace. Someone may have thought they were waste, but for me, they were art materials. Realizing this, I stopped hiding the past of my robots. 

This exhibition displays the robots being occupied in a reconstruction site, reflecting my change of thoughts. The waste and the destroyed home appliances do not become an entirely new thing in my work; they continue to hold their past within them. It does not matter how many times they were reshaped, it does not matter how shabby they look, and it does not matter how many scratches they have; they are still happy as they are reborn now. Their reborn may still be in progress, but it is still meaningful. Warts and all should be enough to break out of the typecast that tarnished and torn-out things are waste.

Artist CV

FORI (b.1984~)

@fori_art

2018~2022Director, Department of Branding, SuperBin
2015~2019Adjunct Professor, Department of Visual Design, Seoul Institute of the Arts
2012~2014Designer, Design Team, Mobile Business, Samsung Electronics

Education

2012B.A., Department of Visual Design, Chung-Ang University

Solo Exhibition

2023Happy Re;Construction Day, Alter Sight Kesson, Seoul, Korea
2022RE-HI, Gallery Point, Seoul, Korea
2018Happy Re;Birth Day, Shinhan Gallery Gwanghwamoon, Seoul, Korea
2016Second Life, EURO Design Center, Seoul, Korea
2015Break out, Yoon Design Group-Gallery Ddung, Seoul, Korea
2014Roti Project, Gallery Point, Busan, Korea

Group Exhibition

2022Greenery Dream, Shinsegae Gallery, Daegu, Korea
Exhibition for Premium Auction and Preview, K-Auction, Seoul, Korea
2021Upcycle, Hyundai Department of Store, KINTEX, Goyang, Korea
ZERO BASE v8, Seoul Auction Gangnam, Seoul, Korea
We Do Green Art, SEDEX SK Hynix, COEX, Seoul, Korea
2019This is NOT a TOY, Shinsegae Gallery, Gwangju, Korea
Upcycle Model House Exhibition, Gwngmyeong Upcycle Art Center, Gwangmyeong, Korea
Waste Gallery, JDC, Jeju, Korea
2017KITSCHS–Be Silly! Be Honest!, Jean Gallery, Seoul, Korea
2016Upcycle Robot Exhibition: Transformer, Gwngmyeong Upcycle Art Center, Gwangmyeong, Korea
PUPP ART, Space Kaan, Seoul, Korea
Jasojeon, KCDF Gallery, Seoul, Korea
The New Year Art Exhibition, KEPCO Art Center, Seoul, Korea
20150&10, Toy Republic, Seoul, Korea
Say it with Art, Yoon Design Group – Gallery Ddung, Seoul, Korea
Flying the White Winter, AK Gallery, Suwon, Korea
2014YOU’VE GOT A MESSAGE, Goyang Aram Nuri, Gallery Nuri, Goyang, Korea
ABSTRACT FLOW, Space Womb Gallery, New York, USA
Spring Art Market, Space Womb Gallery, New York, USA
2013Samsung Design Membership 20th Anniversary Exhibition, SongEun Art Space, Seoul, Korea
2012The 20th Hongdae Street Exhibition, Open Gallery, Seoul, Korea
2011My Christmas Exhibition, Bukchon Art Museum (Hosted by My’art), Seoul, Korea

Collaboration

2022Seoul Upcycling Week: Beauty of Zero Waste, COSMAX, Seoul Upcycling Plaza, Seoul, Korea
2017MCM Kunst Project #9, MCM Hongdae, Seoul, Korea
2016Art of life, Common Ground Toy Republic (Collaboration with KOLONG), Seoul, Korea et al.

Art Fair

2020Korean Upcycle Design Week, Incinque Open Art Monti, Rome, Italy
2019Designers’ Open-Korean Upcycle Art & Design Frontier, Kongress Halle am Zoo, Leipzig, Germany
2017Echt Alt, GER Kunstkraftwerk Leipzig, Leipzig, Germany
2016AHAF SEOUL 2016, CONRAD, Seoul, Korea
2015World Art Dubai 2015, Dubai World Trade Centre, Dubai, United Arab Emirates
2014SELECT FAIR MIAMI 2014, Miami, USA
2011 Design& Art Fair 2011, Seoul Art Center, Seoul, Korea et al.

Awards and Others

20162nd Runner-up, Art-236
2015Winner, The 6thEpicase Art & Illustration Competition 2015
2014New Designer Award, The 13th Seoul Design Festival
2011New Designer Award, Design Jungle, Design & Art Fair 2011
2010-201217th Samsung Design Membership

계선 산소통

임직원 및 협력사와의 소통을 강화하고 고충 및 제안사항을 신속히 해결하고자 마련한 신문고입니다.
계선에 바라시는 건의사항, 불편사항, 부조리 등 어떤 이야기라도 보내주시면 적극 검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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